엔저 끝 조짐 — 미국 여행 포기하고 일본으로 눈 돌리기 시작한 이유
왜 미국 여행을 포기했나
미국 여행의 핵심 문제는 모든 게 달러 계산이라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 1,200원대일 때 100달러는 12만 원이었다. 지금 1,500원대면 같은 100달러에 15만 원이 나간다. 일주일 여행에 쓸 예산을 1,500달러라고 잡으면 환율 차이만으로 45만 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항공권도 올랐고 현지 물가도 높으니 총비용 차이가 꽤 크게 벌어졌다.
이란 전쟁 여파로 달러 강세가 언제 꺾일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지금 무리해서 가는 게 맞나 싶었다. 아쉽지만 일단 올여름은 포기하기로 했다.
그럼 왜 일본인가
원엔 환율이 지금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보니까, 엔저가 한창이던 시절보다는 올라왔지만 아직 역사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일본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엔화가 반등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는 엔저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얘기가 나온다. 쉽게 말하면 지금이 엔저의 끝 부근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이 엔저 종료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중앙은행(BOJ)의 '금리 인상' 기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며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일본 내 물가가 상승하면서 더 이상 저금리를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엔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생기는 '상대적 환율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달러는 너무 비싸져서 엄두가 안 나지만, 엔화는 반등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달러 대비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발생한다. 직장인 입장에서 가성비 여행지를 찾다 보면 결국 일본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는 이유다.
지금 환전하는 게 맞나, 기다려야 하나
엔저가 끝난다는 건 엔화 가치가 올라간다는 뜻이다. 100엔에 800원대였던 게 900원대, 1000원대로 올라가면 일본에서 같은 돈을 쓸 때 더 많은 원화가 나간다. 즉 지금 당장 환전하는 게 나중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로 아직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으니 타이밍을 맞추는 건 전문가도 어렵다.
내 결론은 이렇다. 100% 정확한 타이밍을 잡으려다가 오히려 놓치는 경우가 많다. 여행 일정이 어느 정도 잡혀 있다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지금 환전해두고, 나머지는 조금 더 지켜보다 환전하는 분할 환전 방식이 리스크를 낮추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엔화 환율이 100엔당 170원 차이 날 때 100만 원을 환전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엔화가 20만 엔어치 넘게 차이 난다. 여행 일정이 있다면 환율 방향을 지켜보는 게 돈이 되는 얘기다.
미국 vs 일본, 지금 시점 비교
- 달러 강세 지속 (1,500원대)
- 이란 전쟁 변수로 불안정
- 현지 물가 자체도 비쌈
- 환율 회복 시기 불투명
- 엔저 아직 유지 중 (반등 초기)
- 달러보다 환율 부담 적음
- 항공 노선 많고 거리 가까움
- 타이밍 잘 잡으면 더 유리
나는 일단 여름 일정은 미국을 포기하고, 엔화 환율을 좀 더 지켜보다가 일본 쪽으로 계획을 바꿔볼 생각이다. 환율이 지금처럼 이슈가 될 줄은 몰랐는데, 여행 하나 알아보다 보니 경제 공부를 하게 됐다.


